캠퍼스 떠나면 백수` 우울증급증
대학 졸업을 앞둔 미취업자들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 대기업 공채에 탈락, 이미 좌절을 맛본 대졸 예정자들이 ‘취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졸업식이 다가오자 급성우울증이나 신경과민, 대인기피증등 각종 신경질환을 호소하고있는 것. 이때문에 정신과 병원을 찾는 학생들이 급증하는가 하면 인터넷이나 각 대학 전산망등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 수십개의 답글이 올라오고 있다.

97년 외환위기이후 장기 경기침체로 6년째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있지만 이들이 제대로 취업하기전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대학원이나 남자의 경우 군대가 고작이다. 대졸 미취업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강남의 P신경정신과에 따르면 올해들어 취업을 반쯤포기한 대졸 예정자들과 면접시험에서 떨어진 구직자들이 매주 3,4명씩 병원문을 두드리고 있다. 면접시험에서 10여차례 떨어진K대 졸업예정자 송모(여·23)씨는 “면접시험 광경만 떠올려도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무거워진다”며 “학생신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까지 더해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남의 Y신경정신 클리닉을 찾은 또다른 K대 졸업예정자 윤모(24)씨는 “생애 처음으로 ‘무소속’으로 전락해 버릴 상황에 몰리니까 소화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에게는 축하 받아야 할 졸업식마저 ‘공포의 날’이다. 이때문에 여러 친지들로부터 축하 인사와 함께 취업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는게무서워 잠적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kr